사순절 열여덟째 날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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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열여덟째 날 묵상>
■ 찬송 : 309장 ‘목마른 내 영혼’
■ 본문 : 요한복음 4:5-15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요 4:13-14)
■ 묵상 나눔
1. 사순절 열여덟째 날, 오늘 묵상을 위한 질문은
“내 삶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물은 어디에, 누구에게 있나요?”
입니다.
2. 야곱의 우물은 사마리아 지역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던 깊은 우물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여인도 이 우물을 자주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6절의 ‘여섯 시’는 오늘날의 시간을 따르면 정오, 낮 12시쯤 되는 시간입니다. 사람들이 우물에 물을 길으러 나오기에는 부담스러운, 햇빛 뜨거운 그 시간에 사마리아 수가 마을의 한 여인이 물을 길으러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러 사람들을 피해 한적한 시간에 우물을 찾은 이 여인에게 다가와 말을 건 예수라는 유대인의 요청은 여인을 당황하고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3. 갈릴리를 향해 가시던 예수께서는 피곤하셨고, 목마르셨습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대대로 조상들이 물을 길어 마시던 야곱의 우물 앞에서, 목마른 처지에 물 한 그릇을 청하면서도 도리어 당신이 생명의 물을 줄 수 있다며 말을 걸어오는 이 유대인에게, 어째서인지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놓기 시작합니다.
‘목마르지도 않고, 여기 물 길으러 오지도 않게’ (15절)
다시 목마르지 않는 물을 내게도 좀 달라고 하는 여인의 한숨 섞인 토로 안에, 그간 지치고 힘겨웠던 삶의 탄식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4. 주님이 우리에게 다가오실 때는, 마치 목마름도 배고픔도 느끼지 않으실 것처럼 나와는 거리가 먼 신적 존재로서가 아닌, 우리 내면의 갈증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시고 아시는 인간 예수의 모습으로 우리 가까이에 오실 때가 있습니다. 그분은 때로 당황스럽게도, 처절하게 나의 현실을 직면하게 되는 수치스러운 자리에도 나타나십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타인과는 한 마디 말조차 섞고 싶지 않은 그 자리에 오셔서,
“너의 목마름을 나도 안다. 네가 마시는 물을 나와 함께 마시며 이야기 해보자.”
말을 걸어오십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다가오시는 주님을 피하지 않고 꼬옥 붙잡았습니다. 묻고 또 물어도 이해되지 않았던 인생의 의문들과, 동반자를 여러 번 달리하는 열망으로도 해결되지 않았던 목마름들을 어느 날 그렇게 찾아오신 주님 앞에 앉아 하나씩 하나씩 풀어놓았습니다.
우리도, 가만히 다가오시는 주님을 지나치지 말고 잠잠히 그 자리에서 우리 삶의 탄식과 목마름을 내어놓고 주께서 주시는 생명의 물을 받아 마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5. 놀랍게도, 목마름으로 시작한 이 대화는 예배가 무엇인지에 관한 깊은 대화로 나아갑니다.
“그리심 산에서도 아니고 예루살렘에서도 아닌, ‘너희가’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이르리라.”
예수께서는 하나님께 참되게 드리는 예배는, 장소의 문제도 자리의 문제도 아닌 그리스도 안에서 영과 진리로 자신을 드리는 예배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신다고 하십니다.
주일이 아니더라도, 예배당에서가 아니더라도, 일상을 사는 목마름의 자리에서 우리는 가장 깊고 진실한 예배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주님은 오늘도 내 삶의 자리에 찾아오셔서 대화를 청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의 목마름을 해결해 주실 수 있는 생명의 물이신 주님을 묵상하며, 나의 전 존재로 진실하게 하나님을 예배하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오늘의 기도
1. 하나님, 무엇을 이루고 가지는 것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목마름이 저희 안에 있음을 봅니다. 해갈된 줄 알았던 목마름이 다시 찾아와, 또 다른 물을 찾아 헤매는 연약한 실존을 마주합니다. 주님의 생수를 저희도 마시고, 마실 뿐 아니라 그 생명의 강에 저희 몸을 담가 다시 목마르지 않는 생명에 잇대어 살게 하옵소서.
2. 오늘 하루도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주님 앞에 진실하게 내 삶을 맡기고 드리는 예배이게 하옵소서. 두려운 순간에 주님의 말씀을 의지하게 하시며, 하루에도 여러 번 마주하는 갈등의 결론이 결국은 사랑이고 화해이게 하시고, 걷는 길의 끝이 보이지 않아 답답함 가운데 있을 때에라도 우리의 걸음이 주님 뜻하신 곳을 향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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